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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휴지신

자휴지신 8장 단오 端阳

by 란차 2021. 10. 15.


이 궁중의 성찬은 좋은 음식이 미처 오기도 전에 술 냄새가 더해졌는데, 신혁은 그 술 냄새와 분향에 약간 어지러웠다. 노랫소리를 따라 대전에 들어서자, 대궐 너머로 진홍색 휘장이 드리워져 있고, 이 휘장은 한 토막이 대들보와 서로 연결 되어 있었다. 좌석이 엄명하고 관직배치가 층별로 배치되었고, 문무가 나란히 배치되었다.
그들은 늦게 온 셈인데 맨 윗 자리를 제외하고는 거의 다 도착했다. 노래를 듣고 여러 사람이 돌아보며 입으로 말을 걸었지만, 눈은 백구의 몸에서 신혁의 몸쪽으로 옮겨가며 맴돌았다.

신혁은 먼저 장태염을 쳐다보았다. 영감은 마침 자리에서 눈을 가늘게 뜨고 옆에서 무슨 말을 하는지 듣고있었다. 그는 신혁이 나타나자 손을 흔들어 인사를 하였다. 신혁은 웃고는 다시 하안상을 돌아보았는데 그는 신하들 가운데서 눈에 띄었고, 얼음과 서리처럼 차가워서, 동료들과도 이야기를 나누지 않았다. 그가 신혁에게 고개를 끄덕이자 신혁이 미소를 지으려던 차에 뜻밖에 백구가 몸을 옆으로 돌려 그에게 말했다.

"너는 비록 관직은 없지만, 북양의 유일한 사람이다. 성상께서는 원치 않으시더라도 네 자리를 아무데나 낮추면 안 된다. 사정생과 가까이 지내게 되면, 변고가 있을 때 그가 너를 돌봐줄 것이다."
그는 말을 마치고 손을 들어 그의 어깨에 대고, 손 끝으로 어깨뼈를 슬며시 쥐었다. 신혁은 백구가 입을 열지 말라고 알려주는것임을 알고 그 자리에서 고개를 끄덕였다. 두 사람이 갈라져 자리에 앉자, 신혁은 겨우 자리를 잡았다. 신혁은 한쪽으로 손을 뻗어 탁자 가장자리를 가볍게 두드렸다. 그가 돌아봤는데, 바로 관복차림의 사정생이었다.


사정생은 외부外府의 중신重臣으로, 궁연을 위해 경도로 소환할 수 있다는 것은 조중의 무게를 짐작케했다. 사정생은 술잔을 들고 신혁을 향해 웃었다. 이 사람은 사실은 단정하고 늠름하게 생겼지만, 도무지 잔중함 [각주:1]이 없다.신혁도 빙그레 웃었다.
사정생이 말했다.

"이 자리는 비록 뒤는 아니지만, 그다지 성상의 눈을 끌니 않습니다. 세자야께서는 너무 예의를 차릴 필요없이 그냥 드시면 됩니다."

신기는 그 말을 듣고 웃고 싶었는데, 사정생의 곁에서 술잔이 살짝 부딪치는 소리가 들려왔다. 신혁이 보니, 뜻밖에도 방금 본 하안상이었다. 사정생은 하안상에게 술잔을 내밀었다.

"이거 정말 그렇잖아? 오래간만입니다."

하안상은 그에게 눈길도 주지 않고 오로지 신혁에게 잔을 들어 단숨에 마셨다. 사정생은 손가락 끝으로 가볍게 잔을 누르고 나서 자신의 잔에 술 반잔을 기울였다. 그는 웃으며 말했다.

"절대 사양하지 마세요, 제가 먼저 존경심을 쏟겠습니다. 이건 선배의 사랑이니, 한 방울도 남기지 않고 다 마셔야 합니다."

신혁은 백구 밑에 있는 사람과 좌파의 불협화음을 알고 있었고, 사정생이 하안상에게 이토록 오만방자하게 굴리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하였다. 이 두 사람의 명절[각주:2]은 그리 간단하지 않을 것이다.

하안상은 차가운 눈으로 그를 곁눈질했는데, 사정생은 아예 머리를 맞대고 보고 있었다.

"왜 그러십니까, 몇 달동안 만나지 못했는데, 나를 알아보셨습니까?"

"정말 힘들게 생각해냈습니다."

하안상은 술잔을 들어올렸고, 잔을 사정생이 책상에 뻗은 다리 위로 떨어뜨리면서 말했다.

"손이 미끄러졌습니다."

사정생은 옷자락을 잡아당겨 아무렇게나 닦으면서, 고개를 들고 그를 향해 웃었다. 하안상은 분명히 보았다. 이 사람은 분명 모진 마음을 품고 있지만, 단지 신혁 때문에 옆에서 말을 하지 않았을 뿐이다.

그들은 처음부터 서로 상대하지 않았다. 사정생은 일찍부터 백구를 따라 금의위에서 여러 해를 보냈는데, 백구의 독함을 그는 10할 중 8할정도 배웠다. 후에 백구가 금의위지휘사로 임명되면서 점차 성상앞에 두각을 나타내게 되었고, 뜻밖에도 그는 백구를 따라 한걸음한걸음 올라오게 되었다.

하안상은 정반대로 경도에서 몇 년간 드러나지 않았지만, 그래도 그의 출세는 경도를 놀라게 할만큼 높은 문을 연 것이었다. 그는 하씨 집안의 직계이자, 오늘날 하가에서 가장 주목받는 수제이다. 장태염이 그의 신변에서 이끌수 있었으니 이만한 나이에 좌상의 좌우에 위치해 참지정사를 할수 있었을것이다. 견직물이 몇 말없는 것도 불가능하다. [각주:3]


이 두 사람은 공교롭게 상대방이 가장 마음에 들지 않는 배경과 성격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만나기만 하면 서로 칼을 뽑고 활시위를 당겼다. 지금 한 자리에 앉은 것을 보니, 오늘 밤 총관은 일한지 얼마 되지 않았을 것이다.

백구가 눈을 돌렸을 때 사정생과 하안산은 모두 표정이 평소와 같았다. 그는 사정생이 편히 살지 못할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나름대로 분별이 있어 오히려 많이 보지는 않았다. 그저 신혁만 쳐다보았다. 그는 어렴풋이 어젯밤의 꿈이 떠올랐고 금방 눈을 떨구고 책상의 무늬를 쳐다보았지만 숨길 수가 없었다. 백구의 눈빛이 그의 귀끝에서 잠시 멈춘듯하더니, 비로소 고개를 돌렸다. 신혁이 천천히 긴장을 풀었다.

오래 앉아 있지도 않았는데 황제가 왔다.

환관의 창이 끝나자, 연회 중에 사람들이 모두 일어나 무릎을 꿇었다. 전殿의 가장자리에 황포黄袍 [각주:4] 열두장 무늬가 흔들리더니 사람이 뛰어들어왔다.

신혁은 재빨리 일소하였으니, 갑자기 의아한 안색이 드러났다. 다행히 그는 재빨리 혀를 깨물고 눈을 내리깔았다. 그렇지 않았으면 황제와 눈이 마주쳤을 것이다. 이 찰나에 그의 마음은 천백번을 돌았다.

황제가 상좌에 앉아 말했다.

"경들은 몸을 일으키세요."
그 다음에는 목소리를 가라앉힌듯 말을 계속했다.
"오늘 명절에 함께 모여 궁중에서 연회를 베푸는 것이니, 군신이 서로 즐거운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에 격식을 차릴 필요가 없어요."

아래쪽에서 일제히 공손히 말하자, 그가 웃으며 말했다.

"연회를 베풉시다行宴吧。"

이제야 비로소 궁연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다.
황제의 아래에는 백구와 장태염이 나란히 앉았다. 백구가 비록 권세가 조야를 압도하고 있지만 장태염은 두 왕조의 원로인 데다가 삼공삼고三公三孤여서 태자의 유일한 스승으로 존경받았다. 덕망과 명망이라는 말이 곧 장태염이라해도 손색이 없었다. 따져보면 백구와 같은 새로 진군한 이성 왕은 장태염에게 모자랄 것 같았다. 이 두 사람이 나란히 성상의 아래에 앉아있으니, 누구도 감히 한 점의 잘못도 말할 수 없었다. 진왕의 자리는 좌석을 3분씩 뒤로 옮겨 간격을 벌렸다.

황제는 오늘 흥이 나서 먼저 장태염과 두 세마디 이야기 하고 다시 진왕을 호명했다. 진왕이 눈치를 살피는 솜씨가 어찌나 좋았는지 잠깐 사이에 분위기가 무르익었다.
이 기간에 틈을 본 사람이 적지 않았지만 백구만은 말을 거의 하지 않았다. 신혁의 눈은 제멋대로 다시 흘러갔는데 백구의 손끝이 술잔 옆으로 미끄러지고, 입술을깨물고 입가에 웃음을 띄웠다. 술잔을 기울이며 웃겨 있는 듯 넋을 놓고 앉아 있는 모습이 어딘지 무신경했다.[각주:5] 신혁은 그가 말하는 허울 좋은 사람 좋은 꼴 [각주:6] 을 떠올리고 고개를 숙이고 웃었다. 이 연회 분위기가 화기애애해지면 아래의 사람들도 자연히 자유로워진다.

신혁은 말을 못하지만 사정생이 술을 따르면서 그와 재미있는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연회석에 앉은 관원들의 크고 작은 일화들을 모두 들려줬다. 신혁은 달콤한 귤을 까면서 계속 웃었다. 황제가 신혁의 얘기를 꺼내지 않았으니 스스로 화를 자초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설령 북양병마의 유일한 계승자라고 해도, 그 것은 북양으로 돌아갈 운명이다.
신혁은 서두르지 않았고,그가 오늘 궁에 온 목적은 황제에게 있지 않았다. 지금은 그를 상대하는 사람이 없으니, 그는 기뻤고 주위를 돌볼 필요가 없었다.

사정생은 하안상에게 적지 않은 술을 따라 주었는데,
둘은 입씨름하는 사이 자신도 모르게 꽤 많은 술을 마셨다. 의외로 사정생은 마실수록 단정하게 앉았고, 하안상은 오히려 마시면 마실수록 얼굴에 복숭아꽃이 물들어 점점 다른 모습을 드러낼수 있었다. 하안상의 상체가 한쪽으로 기울어서 사정생이 그를 밀치러 했는데, 그는 그 여세를 몰아 사정생의 팔에 기대어 사정생의 귓가에 뜨거운 입김을 뿌리며 말했다.
"수고스럽지만, 손을 좀 빌려 눈을 감추게 하오."[각주:7]
사정생이 일어나 사람을 붙잡고 신혁에게 손짓을 했다. 신혁이 고개를 끄덕이자 그들은 화장실로 갔다. 좌석이 텅 비면 신혁이 눈에 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밖으로 나가던 한 사람이 비틀거리며 걸음을 옮기다가 곤혹스럽게 취해 곤경에 빠졌고, 신혁의 옆에 넘어져 술판이 한바탕 흔들렸다. 한사람이 비틀거리며 술에 취한 상태로 바둑판 옆에 넘어졌다. 그는 황급히 미안하다고 말하고는, 술에 취한 눈으로 신혁을 보고 또 보더니, 음 한마디 내뱉었다.
"감히, 감히 여쭙겠습니만, 당신의 형제가 어디에 있고, 어느 부의 관리입니까?"

신혁은 웃기만 했다.

이 사람은 그가 말이 없는 것을 보고 또 한 번 물었지만, 대답을 얻지 못하자, 얼굴을 찡그리고 엎드려 자세히 보려고 하였다. 신혁은 몸을 살짝 뒤로 젖히며 그가 뻗은 손을 피했다. 어떻게 이 사람이 몸을 숙여 굴러 내리더니, 갑자기 술기운을 얼굴로 풍기면서 난리가 났다. 탁상이 서로 부딪쳐 뒤집히자 사방에서 놀라는 소리가 들려왔다. 혼란 속에서 신혁은 이 사람의 손이 그의 허벅지를 심하게 비비는 것을 똑똑히 알아차렸다. 신혁의 부드러운 눈초리가 그 사람의 눈과 정면으로 부딪쳤다.


"이게 웬일이냐, 관대인이 과음하셨구나!"

신문이 크게 웃는 소리를 내며 말했다. 부축하러 가려는 궁시(宮侍)에게 손을 흔들었다. 그는 신혁을 주시하며 말했다.
"모두 물러가라, 관대인은 자연히 혁세자가 부축할 것이다. 세자께서는 부축하셔야 합니다. 잘 부축하셔야 합니다. 관대인이 감사하지 않을 수 없을겁니다."

좌중에는 소소한 웃음소리가 들려왔고, 신혁의 옷소매는 아수라장이 됐다. 그는 너그럽게 웃으면서 정말 이 관원 어른을 일으켜 세웠다. 저쪽의 황제와 장태염에게로 모두 찾아오자 황제가 물었다.
"어찌된 일입니까?"

신문이 일어나 웃으면서 말했다. "관대인이 술을 많이 두셔서 혁세자와 제가 어른을 부축해 옷을 갈아입는 것을 도우려던 참이었습니다."


황제는 잠시 멍한 눈빛으로 신혁을 훑어보다가 빨리 가라는 말만 한 뒤 장태염에게로 눈을 돌려 그동안 끊겼던 말을 꺼냈다. 신문은 한마디 내뱉은 뒤 다가와 사람을 반쯤 일으켜 세운 뒤 신혁에게 말했다.
"가자."

궁녀가 세 사람을 편전으로 인도하였는데 궁전 앞이 어두웠는데, 신문은 손을 흔들어 사람이 물러나게 하였다. 다른 사람이 물러간 뒤 줄곧 취태에 빠져 있던 관대인은 갑자기 신혁의 손을 잡았고, 신문은 몸을 돌려 아랫배를 걷어찼다. 신혁은 끙끙 소리를 내며 허리를 굽혔다. 신문은
곧 등에 한바탕 주먹질을 하고, 발길질을 하면서 욕을 했다.

"좋아, 북양 벙어리야!공자를 걷어찼다니! 또 눈을 부릅뜨다니! 오늘을 네가 일어나지도 못할 정도로 때릴거야!"

관사는 신혁의 손목을 죄고 신문과 함께 두 사람이 힘을 합쳐 그를 땅에 내려놓았다. 신문도 일찍이 장만해 몸에 지니고 있는 계척을 소매에서 꺼내어 모질게 후려쳤다.

신혁은 아무 소리도 내지 않았다. 잠시 후 관사가 그의 얼굴을 뜯어보니 기절해 있었다.

"연왕의 아들이라더니, 그는 때리지도 않은 모양이군요."

"연왕은 겨우 몇 년 키웠어."

신문은 계척을 다시 되돌리면서 전랑 옆에 작은 호수를 가리키면서 말했다.
"이 벙어리 개가 그날 본공자를 연못에 걷어찼으니,오늘 밤에 한 번 맛보라고 해."
말하고는 냉소했다.

"그놈은 옛날에는 염왕 저택에 숨어 있었는데, 오늘 밤은 아무래도 본공자 댁에 있는 것이 되었구나. 궁중의 다른 사람들은 말할 수 없거늘, 오직 그에게만은 성상이 한푼의 인정도 주지 않을 것이니, 설령 그가 오늘 호수에 빠져 죽더라도 성상은 절대로 추궁하지 않을 것이다."
관사의 엄지손가락이 대국 볼을 매섭게 매만져 얼굴이 빨개질 정도였다. 그가 말했다.
"만일 그가 당신을 건드리지 않았더라면 오늘 밤에 의심할 바 없이 죽었겠죠. 나는 며칠 더 두고 싶은데 잘 가르쳐 보는 재미도 보고 싶고, 내게 정신이 혼미하도록 가르치고 싶을 뿐인데, 말을 듣지 않을까 걱정스럽습니까?"

신문은 눈살을 찌푸렸다.

"그 놈은 죽어 마땅하지만 네가 마음대로 가지고 놀 수 있는 사람이 아니야. 아무튼 황실의 귀족 후예인데 어떻게 그런 말로에 처하게 할 수 있겠어!"

관사는 그가 왕가의 혈통을 자랑한다는 점에서 도발이 용납되지 않자 입을 다물고 손도 내밀 수 없었다. 두 사람은 신혁을 호숫가로 끌고 갔다. 신문은 물부터 끼얹었지만 그가 여전히 깨어나지 않자 마음을 놓았다.

"옷을 깨끗이 벗긴 후, 손발을 꽁꽁 묶어 내버리면 그만이야. 잠시 후 자리에 돌아가서 누군가 지켜볼 때 알리면 돼."

관사는 여기서 잠시 망설이면서 물었다.
"그가 염왕댁에 오래 머물렀으니 오늘 밤 일을 염왕이 따지면 어떻게 하겠습니까?"

신문이 흥얼거리며 말했다

"염왕이 심성을 고쳐 부처가 되었다고 생각해?그가 벙어리를 데리고 있는 것은 단지 북양의 30만 군마의 대권을 위해서일 뿐인데,이 군마의 대권을 내팽개쳐도 이 벙어리 개는 경도의 성문에도 들어오지 못해. 더구나 지금 성상께서 벙어리를 대하는 것을 모든 사람이 다 알고 있듯이, 눈치가 있는 사람은 절대로 다가가지 못할거야."

그는 신혁의 뒤통수를 두드리며 말했다.
"오늘 밤 이 목숨을 내가 가져가지 않았다면, 다음 날에는 정말 이렇게 작은 매가 아니었겠지. 경도는 험악해서 음험한 수가 많고."
관사가 이 말을 들으면서 신혁의 허리띠로 손을 가져갔다. 신문은 호수를 두리번거리며 말을 하고 있었는데, 그 눈빛은 호수 속을 사방으로 훑어보고 있었다.
뜻밖에도 그 순간 신혁이 갑자기 일어나 신문을 한발로 걷어차 뒤집었고, 손을 뒤집고 관사의 손목을 부러뜨려 관사가 소리를 지를 새도 없이 그의 뒷머리를 누르고 사람 얼굴을 호수로 내던졌다.호숫가에 엎드려 허우적대는 관사에게 뒤통수를 짚고 넘어가는 수모를 뒤집어씌웠다.

"놔- , 놔- "

신문은 뒤로 물러선 채 관사가 힘껏 싸우는 것을 보면서 입술 선을 오므렸다. 뺨에는 만져서 낸 붉은 자국이 남아 있었는데 그거 고개를 들고 신문을 바라보았다. 신문은 그의 눈에 두피가 저리고 또 뒷걸음질 쳐지만 감히 입을 열지 못했다. 신혁의 눈빛은 마치 입을 열어 그 다음은 자신이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관사의 몸부림이 잦아들고 호수의 놀란 물결도 잦아들어 가는 걸 보면 안 될 것 같았다. 신혁이 그의 머리카락을 움켜쥐고 머리를 쳐들자 관사는 물을 뿜으며 숨을 헐떡였다. 신혁이 손등으로 그의 얼굴을 토닥이며 웃었다. 그 웃음에 관사는 뒤에서 서늘한 기운이 감돌았다. 이 웃음에 치아가 먼저 싸우기 시작했고, 추위 때문인지 신혁의 온화한 얼굴에 몸이 덜덜 떨렸다. 신혁이 손을 놓자 그는 호숫가에 엎드려 숨을 돌렸고, 앞서 신혁을 만진 손목뼈는 너무 아파 소리도 내지 못했다.


둘의 팽팽한 신경전은 신혁이 가고나서야 풀렸다. 신문은 몇 걸음 물러서 관사를 끌어올린 후, 나지막히 말했다.
"어째서 사람을 돌려보냈어!"

관사는 아직도 몸을 떨고 있어서 대꾸할 겨를이 없었다. 신문은 가까이하여 주시하거나 신혁에 의해 물속으로 밀려들지 않아서, 굳은 팔다리와 차가운 손이 어떻게 된 것인지 알 수 없었다. 그는 이번 일 이후에 신혁이 두려운 것이 아니라, 죽는 것을 두려워하는 것이다!"

그는 오늘에서야 알게 된 것이다. 이것은 어린 염라대왕이다. 방금 신문이 곁에 있지 않았더라면 오늘 밤 호수에 시체가 되어 떠오른 것은 자신이었을 것이다.

신혁은 방금 정말 그를 죽이고 싶었다. 손가락의 힘이 이렇게까지 아우성치지 않은 적은 없었다. 신문은 화가 나서 침을 뱉으며 말했다.
"소용없어! 오늘 밤 일은 나도 용서할 수 없어!"
관사는 등골이 오싹할 뿐 손목 통증을 참으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짖을 줄 모르는 개가 사람을 물어 죽일 것 같은데… 끝이 아닐 것 같습니다."








두 아저씨(?)들 재밌네...
저질스런 아저씨 말투 고치기는 싫고...
슬쩍 얼버무린게 많아요...
쥬쥬 사람 찢는 미인 취향은 늘 한결 같았구나

  1. 正形 바른 모양. 올바른 모습. 정중한 거동. 바른 자세 [본문으로]
  2. 아마도 지나온 세월을 의미하는 것 같은데... [본문으로]
  3. 没有几斗锦绣也是不可能的。 [본문으로]
  4. 천자의 예복 [본문으로]
  5. 漫不经心 [본문으로]
  6. 人模狗样 어린아이가 되바라지다. 어울리지 않는 짓을 하다. [본문으로]
  7. 뭔 소린지 정확히 모르겠어서 원문을 답니다..劳驾,搭个手去雪隐。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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