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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휴지신

자휴지신 제 9장 음청 阴晴

by 란차 2021. 10. 16.


신혁이 편전의 복도를 벗어나자 내시가 급히 달려왔다. 그를 보자마자 안색이 풀려, 앞으로 나아가 공손히 절을 하며 말했다.
"세자야 상서롭습니다. [각주:1]
노비는 평정왕 전하의 명을 받들어 세자야를 모시고 가 깨끗한 옷을 갈아입으시도록 도우려 합니다. 신혁은 백구의 이름을 듣고 발걸음이 약간 멈추었으나 그를 따라 움직이지는 않았다. 내시는 한층 공손하게 말했다.
"평정왕 전하께서 세자야는 옷만 갈아입고 가실 뿐, 그 뒤에 있는 고양이와 개들은 상대할 필요가 없다고 하셨습니다."
이건 꼭 백구의 말 같다.
바둑은 조금 웃고는 발길을 돌려 그를 따라갔다. 이 궁중을 좌지우지할 수단도 탁자 위[각주:2]
에 올리지 못하니, 모두들 암암리에 힘겨루기를 해야 했다. 황제에게 알고도 못 본 체하고 흉계를 꾸밀 뿐이니 그들이 무얼 무서워하겠는가. 내관이 그를 멀리 데리고 가지 못했는데, 외신外臣이 갈 수 있는 곳은 이정도라, 그 선을 넘어 뒤로 갈 수 없었다. 신혁이 들어오니 의포衣袍가 병풍 위에 놓여 있었다. 그가 뒤로 물러난 후, 말을 하지 않고 오로지 나올 때만 거울을 들여다보니 보조개가 나타났다. 본디 이 옷은 그의 치수身量가 아니라 백구의 것 같았다. 백구는 어깨보다 하나는 더 컸고, 소매를 한 번 늘어뜨리기만 하면, 공연하는 듯한 재미가[각주:3]풍겨 웃음을 자아냈다. 신혁이 소매를 들고 거울 앞을 한 바퀴 도는 걸 보니, 그는 보기에 나이가 더욱 어려 보였다. 거울 앞에서 혼자 웃으면서 방금 남긴 불쾌감을 떨쳐버렸다. 그는 다시 생각하더니, 손가락으로 의표를 만져보고는 소매를 들어 냄새를 살짝 맡았다. 착각인지 백구의 시원한 냄새가 풍겼다. 그가 멍하니 냄새를 맡고 있는데, 방문이 갑자기 다른 사람에 의해 가볍게 밀렸다.

백구는 입구에서 긴 소매를 끌어안고 거울 앞에서 멍하니 있는 신혁을 보고는 미간을 찌푸렸다.

"좋은 냄새가 나느냐?"

신혁은 찔린 고양이 처럼[각주:4], 손을 등뒤로 집어넣었다. 나쁜 짓을 하다 들킨 것 같았다. ...더욱이 어젯밤 꿈까지 겹쳐 백구를 똑바로 볼 수가 없었다.
백구는 입가에 웃음을 띠고 다가와 손끝으로 그의 가슴과 허리를 따라 한 치수를 재보고는 말했다.
"돌아가면 백노에게 치수를 다시 한번 잘 재어 보라고 해야겠다. 부에 처음 왔을 때보다 훨씬 보기 좋구나."
"잘 먹었으니... 당연히 살이 몇 근 쩌야해요."
신혁은 눈을 아래로 떨구고, 의포 아래 자신의 신발코를 찾으려 애쓸 뿐 고개를 들지 않았다. 백구는 손을 들어 옷깃을 느슨하게 한 후, 말을 듣고 조금 웃었다.
"잘 크고 있구나."
신혁은 마치 사람이 마음을 깃털로 긁어낸듯 간지러웠다.
백구는 겉옷을 벗어 던지고 다른 곳도 쳐다보지 않고 말했다.
"이 옷은 그런대로 마음에 드느냐?"
신혁은 얼른 고개를 끄덕였고, 눈가에 백구가 겉옷을 벗고 옷을 갈아입지 않은 것이 보였다. 마음 한구석이 좋지 않았는데, 고개를 들었더니 백구가 그를 보고 있었다. 그는 아직도 몇순간 멍해서 다시 말했다.
"이 의포는, "

이 의포는 뜻밖에도 백구를 위해 준비한 것이었다. 다시 보니 병풍 옆에는 연점이 놓여 있었고 그 위에는 또 다른 옷가지가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마음에 들면 입거라."
백구는 눈을 약간 찌푸리면서 말했다.
"집에 많으니 마음대로 골라도 된다."
신혁은 할 말이 없어 소매 두 개로 얼굴을 가렸다. 이를 지켜보던 백구가 갑자기 손을 들어 그 동작을 저지했고, 팔 사이로 손이 빠져나가 손끝이 볼과 턱까지 미끄러졌다. 신혁은 뒤로 물러나 설명 하려하다가 백구의 입술이 움직이는 것을 보았다. 웃음을 짓고 있지만, 다소 차가웠다. 백구가 부드럽게 물었다.
"신문이 만진 것이냐?"
신혁이 재빠르게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그 사람이 아니예요."
백구는 누군지 알 것 같아 더 이상 묻지 않았다. 분명 떠나려던 손가락은 갑자기 돌더니, 신혁의 뺨을 차갑게 어루만졌다. 신혁을 눈을 크게 떴고, 백구를 바라보면서 숨도 제대로 쉬지 못했다. 백구의 손가락은 그의 옷깃에 [각주:5] 닿았고, 첫 단추를 풀면서 말했다.
"벗거라. 내가 봐야겠다."
신혁은 얼굴뿐만 아니라 온몸이 빨개질 것 같았다.

자리로 돌아왔을 때까지도 신혁의 가슴은 여전히 두근거렸고, 얼굴은 벌겋게 달아올랐다. 사정생이 사과하는 말도 똑똑히 듣지 못했다. 사정생이 다시 그를 부르자 그제야 놀라서 고개를 젓고 아무런 문제가 없는 표시를 했다. 신문과 관사는 일찍 자리에 돌아와서, 신혁을 보고는 다시 자리에 앉았다. 신문은 냉소를 지었는데 신혁은 술을 따라주며 그에게 미소를 지었다. 궁연은 거의 끝나가고 있었고, 황제는 보는 재미에도 지쳐 있었다. 신혁은 그 틈에 황제를 똑똑히 보았다. 예순여덟살의 늙은이는 지치고 피곤한 티가 가득했다. 신혁은 고개를 떨구고 술을 한 모금 마시곤 더이상 보지 않았다. 모든 사람들의 화담도 예전 같지 않아서 지켜보던 중에 헤어질 때가 되었다. 황제가 목소리를 가다듬자 옆에 있던 강복이 얼른 허리를 숙여 손을 잡고 황제를 부축하여 일어나게 하였다. 아랫사람이 조용해지자, 황제가 웃으며 말했다.

"오늘 밤의 흥이 다 한 모양입니다."
말이 이렇게 되면 당연히 따라야 하겠지만, 전 밖에 급히 경위京卫가 들어서자 황제가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
"무슨 일이냐?"

이 경위는 한쪽 무릎을 꿇고 잠시 주저하다가 다시 말했다.
"오늘 밤 경위사京卫司가 격식대로 순찰을 돌았는데, 종인부宗人府가 편전 백로호에서 익사하여 폐하께 아뢰옵니다."
이 말을 꺼내자 사방이 모두 놀랐다. 쪽잠을 자던 하안상도 의아해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사정생은 눈살을 찌푸렸고 두 사람은 의식적으로 서로를 쳐다봤다. 종인부는 중서中书에 속하지 않고 좌파와 백구白九의 사람도 아니다. 종래로 진왕 신진홍辛振鸿에 직속되어있고, 경도에서는 아무도 줄을 서지 않는 변방 세력이었다. 크지도 작지도 않은 정 5 품 경력经历 하나가 죽었으니 상대가 뿌린 더러운 물이 아닐까 하는 의심이 먼저 드는 것이다. 진왕이 벌떡 일어나 잠긴 목소리로 말했다.
"호수에서 익사해? 멀쩡한 사람이 빠져 죽었단 말이냐!"
황제는 어두운 표정으로 경위에 말했다.
"자세하게 말해보아라."
"규제에 따르면, 신들은 오늘 밤 태화전太和殿을 가장 먼저 순시하고, 해시가 지나면 편전을 다시 순시합니다. 그런데 해시에 편전에서 기척이 있어 신이 방심하지 못하고 사람을 이끌고 가서 살펴보았는데, 등불로 호수를 비춰보니 사람이 물에 빠져 죽은 것을 알게 되었나이다." 경위는 몸을 숙이고 머리를 조아리며 말했다.
"신이 하경력의 시체를 보고 의심스러움을 느꼈고, 폐하를 속일 수가 없어서 죄를 무릅쓰고 진실을 밝히러 왔습니다."
"시체가 의심스럽다니?"
황제가 좌석 손잡이를 두드리며 말했다.
"어서 빨리 말하거라. 무슨 의심스러운 점이 있느냐?"
"폐하께 여쭙니다."
이 경위지휘사京卫指挥使도 강직해서 감히 말을 계속 할 수 있었다.
"신은 경력이 목이 졸려 죽을 지경이었다가 호수에 던져져 익사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신혁은 그 때까지 내내 내리깐 눈을 번쩍 떴다.
저쪽에 있던 신문이 이미 황제를 향해 털썩 무릎을 꿇고 앉아서, 당황하며 말했다.
"폐하! 어떻게 이럴 수가 있습니까?"
"너는 또 무슨 일이냐!"
황제가 노하여 신문을 가리키며 말했다.
"당당한 진왕세자, 정당한 황사 천가皇嗣天家가 허둥지둥 뭐하는 것이냐!"
"손자가... 손자가...."
신문의 눈초리가 신혁을 향하다 재빨리 돌아섰다.
"손자가 방금 혁세자와 함께 관인을 부축해 옷을 갈아입으러 나갔고, 편전에 먼저 와서 쉬고 있는 경력을 보았는데, 사람이 아직 멀쩡했습니다. 잠시 후 관대인이 손자를 혁세자와 함께 오라고 하자 혁세자는 고개를 가로저었고, 손자는 혁세자라고만 생각하며 과음을 했고, 편전에 하경력이 있는지 생각지 못했습니다. 좌우에 무슨 사고가 생기지도 않았는데, 도대체 무슨 까닭으로 경력이 변을 당했는지 생각지도 못했습니다."
그는 말하면서 또 머리를 조아렸다.
"손자가 죄를 졌으니, 죄과를 어찌하면 좋습니까?" [각주:6]
"네가 무슨 죄가 있느냐."
황제가 꾸짖고는 신혁을 바라보았다. 그 순간 그의 눈빛은 혐오인지 두려움인지 너무 빨라 신혁은 그 눈빛을 제대로 포착하지 못했다.
"너는 편전에 남아서 무엇을 했느냐?"
이 말은 아주 좋은 질문으로 진위를 논박하는 과정을 공들여 생략했고, 단도직입적으로 바로 그가 하경력을 만났다고 결정하였다황제의 마음이 누구를 향하는지 좌중은 분명히 알 수 있었다.
종인부 경력은 관직이 중요하지 않았다. 예전 같으면 황제의 총애를 받는 손자라면 몇 마디만 꾸짖고 집에 돌아가 면박을 주고 넘어갔다. 신문이 몇년동안 비행을 저질렀고 이런 인명 사건은 열 건이 없어도 일곱여덟 건은 족했다. 오늘 신혁과 바꾸면 편전에서 개미 한 마리가 죽는 셈이었다. 궁중에서도 그가 끝까지 책임지게 생각을 굳혔을 것이다. 이렇게 사람 목숨이 이렇게 딱 맞게 부딪치는 것은 말할 필요도 없다. 신혁은 편전에 갔었고 또 늦게 돌아왔다. 편전에서 무슨 일을 했는지는 이들 세 사람이 가장 잘 알고 있었다. 신혁은 벙어리이니 당연히 대답할 수 없다.그는 무릎을 꿇고 앉아 자신의 옷을 가리켰는데, 자신은 옷을 갈아입은 것에 불과하다는 뜻이다.
"만약에 옷을 갈아입었다면, 관대인과 같이 갈아입으면 되는 셈인데, 왜 남아 있었으냐?" 진왕은 실눈을 뜨고 한 걸음 더 다가서며 말했다.
"세자가 경도에 온지 며칠 되었는데도 아직 버릇이 없느냐? 이런 억지 이유는 도무지 납득하기 어렵다. 종인부의 경력은 대단한 인물은 아니지만, 같은 조정에서 벼슬을하고 같은 충군을 섬기는 데 어떤 원한이 있으면 한 사람도 용납치 못할 것이다. "

"너는 경도에 온 지 며칠밖에 안 됐는데, 벌써 사람들과 원한을 샀느냐?또 이렇게 악랄한 수단을 써!"
황제가 강복의 부축을 뿌리치고 신혁에게 앞에 서서 음침하게 말했다.
"북양 30만 병마가 국경을 지키고 있는데, 너같이 버릇없고 예의도 없고 마음씨도 악랄한 사람에게 맡기면 내 대람이 평안한 날이 있겠느냐? 신혁, 네 아비의 충의를 생각했는데, 네가 뜻밖에도 이토록 마음씨가 좋았구나!"

신혁은 고개를 숙이고 말을 하지 않았다.

하안상은 갑자기 일어나 한쪽에 무릎을 꿇고 말하였다.
"성상께서 화를 푸시옵소서. 신은 이 일을 이렇게 단정하기에는 아직 이르다고 생각하옵니다."
신문도 곧 목소리를 내 말했다.
"손자도 역시 그렇게 생각합니다. [각주:7] 더구나 하경력은 목이 졸려 죽었고, 혁세자는 몸이 여윈데다 온화하여 이 일을 절대로 할 수 없습니다!"
관사는 속으로 그 말이 좋지 않다고 중얼거렸고, 신문의 그 말은 신혁을 막다른 길로 몰아넣는 것임을 알았다.
더구나 자신은 물론 상변에 있는 백구가 줄곧 웃음을 머금고 있어 사람들이 식은땀을 흘렸다. 더구나 좌파인 하안상이 이미 소리를 내서 좌파가 이 누명을 쓸 리도 만무하다. 조중 양파는 모두 결백자호한 자세다. 설사 그의 말대로 신혁에게 더러운 물이 묻는 것은 몰라도 좌파와 백구일맥의 몸에 조금이라도 묻는다면 그는 죽을 것이다.

관사는 표정이 변하여 끝내 무릎을 꿇고, 머뭇거리며 말하였다.
"신하가 생각하건대 ……이 안건은 아직 상세하게 조사해야 합니다. 하경력에 대해 논쟁할 것이 없고, 어쨌든, 의견이 있어야 합니다."

신문이 말했다.
"손자는 비록 혁세자가 이렇게 악랄하고 제멋대로 행동하는 사람이 아니라고 믿습니다만, 기왕 공정히 해야한다면, 이 사건을 철저히 조사하여도 혁세자는 결백할 것입니다. 혁세자는 그렇게 생각합니까?"

그는 옆으로 몇 걸음 옮기며, 간곡히 신혁의 몸을 부축하려고 했지만, 실은 긴 소매를 걷어 올리고 상처 하나라도 드러내고 싶었다. 사정생은 갑자기 몸을 던져 두 사람 사이에 꿇어앉아 신문을 보고 조금 웃었는데, 술이 거의 깬 것 같았다.

그는 신문의 손을 다시 신문에게로 돌려놓으며 말했다.
"신도 신문세자의 말에 십분 동감합니다. [각주:8]그러나 이 일은 조정의 신하에게 맡기는 것이 제일 좋겠습니다. 신하가 임금을 위하여 근심을 나누는 것이 소임이고, 문세자께 근심을 끼칠 수 업습니다."[각주:9]
그는 말을 끝내고 황제에게 다시 말했다.

"차라리 이렇게 하는 것이 낫겠습니다. 신이 귀경했는데 며칠 한가하게 지내는 것은 말이 되지 않습니다. 이 사건이 이렇게 공교롭게 터진 이상, 신이 성지를 청하니, 신이 와서 조사하게 하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네가 조사하겠느냐?"
황제가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
"그는 이미 네가 경도에 돌려 보낸 사람인 이상, 인정사정 좀 봐주지 않을 수 없겠구나."

"신이 황명을 청하옵니다."
하안상이 몹시 냉담하게 말했다.
"하경력은 신들과 면식이 있습니다. 결면지우라 할 수 있겠습니다. 이 사건을 조사하지 않으면 신하가 공평하다 말하기 어려우니, 만약 사대인만 조사하게 한다면 사람들의 비난을 피할 수 없겠습니다. 신하가 스스로 감찰을 청하여 공정을 기하기를 원합니다."
허안은 늘 조중에서 유명한 공정하고 직근한 사람으로, 그가 이 말을 한 이상 황제도 거절할 수 없었다. 이 일이 이대로 넘어가 신혁은 안도의 한숨을 쉬고 있었다. 이렇게 팽팽하게 맞서고 있는데 위에서 술잔을 듣고 가볍게 부딪치는 소리가 들렸다.

백구가 웃으며 말했다.
""조신명안(朝臣命案)은 대리사 좌대인들 고생이 많으실 텐데 왜 다들 고생이 많으십니까?"
대리사는 옥안 심리를 주관하는데 대리사 좌개지는 어떤 사건이 있으면 반드시 낱낱이 조사하고 청산하는, 목숨을 걸지도 않는 악질이었다. 그는 몇 해 동안 심문의 상소만 모두 한 무더기였으므로, 백구를 만나도 사색을 하지 않았다. 그가 이 사건의 주심을 맡게 되니 모두 마음이 놓였다.

장태염은 수염을 쓰다듬고 웃으며 말했다.

"평정왕의 이 말은 틀리지 않습니다. 성상께서 이러하지 아니하시고 좌대인께서 이 사건을 주심하게 하십시오. 사대인과 두 사람이 동감해주에 감사합니다. 이렇게 매듭지으면 청백백백하고 깨끗하여 하경력에게 뿐만 아니라
성상의 은덕을 나타내는것이 아니겠습니까?"

그들 두 사람이 이렇게 말을 꺼낸 것은 도리에 맞는 일이지만, 다시 책임을 회피한다면 실망감을 면할 수 없는 것이다.
황제는 잠시 생각하더니 이 말을 허락했다.이 일로 인해 더욱 피곤해진 황제는 자리에 앉을 수 없어 자리를 떠나 전으로 돌아갔다.

황제는 이미 전문에 이르렀고, 신문은 뒤쫓지 못하고 일어섰는데 그만 무릎이 땅에 떨어졌다. 신문은 심하게 아파서 땅바닥에 나뒹굴었다.
진왕은 안색이 변했고 깜짝놀라 말했다.
"평정왕!이게 무슨 짓인가?"

백구는 진왕은 거들떠 보지도 않고 신문에게 말했다.
"넘어져서 아프십니까?"

물러가려던 신하들은 잠시 말을 잇지 못하고, 염왕이 변덕을 부린다고 말했는데, 어찌된 영문인지 문 세자의 머리를 들이 받았다. 백구가 부드럽게 웃을수록 사람들의 식은땀이 더해졌다.

신문은 이번에 무릎을 심하게 부딪쳤지만, 그의 아버지는 앞에서도 백구에게 눈치를 주지 못했는데, 어찌 감히 아프다고 소리치겠는가? 그저 다리를 가리고 얼굴이 새파랗게 질려 무뚝뚝하게"안 아파"라고 말할 수밖에 없었다.한쪽에 와서 부축할 사람도 없고 내시마저 멀리 서 있다. 신문은 속으로 욕을 하면서 땅을 일으켜 일어서려 하였으나 뜻밖에 백구가 발을 들고 어깨를 걷어차서 땅에 넘어뜨렸다.

"넘어져서 아프십니까."

백구는 웃으며 술잔을 들고, 신문의 앞에 몸을 숙여 부드럽게 말했다.

"나는 세자가 좋은 계척을 가지고 있는걸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물건은 선생이 준비하셔여하는 것인데, 세자는 아직 관에 이르지도 않았는데 이것을 가지고 입궁하는 것은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니, 저에게 주시면 어떻습니까?"


신문은 이 말을 듣자마자 신혁을 위해 자신을 괴롭힌 것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는 기염을 토했고, 얼굴은 새파랗게 질렸다.

그가 소매에서 계척을 뽑아 바치기도 전에 가슴을 걷어차여서 사람이 넘어갔다. 곧이어 그 술잔이 쾅 하고 머리맡에 깨졌고, 파편이 뺨 쪽으로 튀어 핏줄기를 닦았다. 신문은 그가 궁중에서 이럴 줄은 생각지도 못했고, 자신을 이렇게 대할 줄은 상상도 못했다. 그는 깨진 잔에 진땀을 흘리고 노발대발했다.

백구는 그를 내려다보며 입술이 부드럽게 말했다.

"어찌 이리 철이 없으십니까. 진왕, 이 술이 내 앞에 깨지는 것이 큰 문제가 아니지만 성상 앞에 깨졌으면 오늘 밤 귀세자는 태화전을 기어 나오게 되셨을 겁니다."

그는 말하면서 신문의 목덜미를 끌어당겨 그의 볼 옆 핏줄을 바라보면서 말했다.

"보십시오. 내 기분이 좋지 않으면 곧 피 보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방재호 안의 사람들이 아직 일을 하지 않았는데 세자가 무슨 조급해 하십니까? 이 호수에서 뭘 하실겁니까, 내일 내가 세자를 바래다 주면 어떻겠습니까?"

신문은 그의 농염한 미간과 온기가 뒤섞인 것을 보았는데, 눈동자 속은 마치 천만 년 동안 눌러온 얼음 같았다. 그는 추워서 자신의 손발이 약간 떨리고, 입을 벌렸다가 다시 다물는데, 목구멍에 걸려 한마디 말도 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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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역... 많아요
의미 모를 말이 많아서 대강 원문을 달아놓습니다.




  1. 吉祥jíxiáng
    상서롭다. 길하다. 운수가 좋다. [본문으로]
  2. 台面 연회석의 식탁 위에 놓인 그릇·수저 따위 기물에 대한 총칭. 탁상 윗면. 공개 석상. 도박판에 놓인 판돈의 총액 [본문으로]
  3. 唱戏 (중국 전통극이나 지방극 따위를) 공연하다. [본문으로]
  4. 戳了的猫 [본문으로]
  5. 领口 옷깃의 둘레. 옷의 목둘레. 깃의 양끝을 여미는 부분. 멱살. [본문으로]
  6. 方才应该携何经历同归。 의역입니다. [본문으로]
  7. 孙儿亦然! [본문으로]
  8. “我十分十分十分的赞同炆世子之言啊。 원문이 이거예요 십분십분십분 아..ㅜ [본문으로]
  9. 为人臣子,为君分忧乃是我等分内要事,就不劳炆世子忧心自扰。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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