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자휴지신

자휴지신 12장 이유 缘由

by 란차 2021. 10. 19.

"아름다우시군요. [각주:1]"
이번에는 하안상이 먼저 소리를 냈고, 차갑게 유지하던 얼굴도 한결 부드러워져서 말했다.
"과연 묘은의 뜻을 저버리지 않습니다. [각주:2]
사정생이 웃으며 말했다.
"훌륭한 미인妙人 이 몸을 숨겼으니藏隐, 오직 이 녹산 깊은 절에서만, 이런 아름다움颜色을 볼 수 있습니다. 하——,
흠흠, 기분이 어떠십니까? 이 일을 저버리실겁니까?"

묘선妙善이 옆에서 농담처럼 말했다.
"언니 와보셔요. 언니가 나서니, 오히려 나는 온 적이 없는 것 같아요."
묘은妙善이 미소를 지으며 문으로 들어서니 걷는 걸음마다 아름다운 연꽃의 피어나는 듯 했다. 그녀는 사정생 곁에 앉았는데, 아름다운 자태妩媚가 더 풍기면서更足, 말했다.
"너는 아침저녁 아름다운 꽃인데, 어째서 내 보잘것없는 저녁 모습을 신경을 쓰니? "
말을 하고나서, 사정생에게 다소곳하게 말했다.
"비록 공자는 낯설지만, 이 위엄 있는 태도는 오히려, 어딘가 익숙합니다."
사정생은 그녀의 말을 듣고 단서端倪를 알아차리곤, 급하지 않게 술만 따르고 웃으며 말했다.
"묘하군요 정말 묘합니다. 하지만 위용을 떨치더라도, 낭자들에게 떡을 대접해야지요. 아침에 집을 나서서, 지금은 배가 텅 비었습니다. 잠시 낭자에게 무례를 범하려고 하는데 좋으실대로 하시지요. [각주:3]"
묘선이 응하고 문을 당겨서 사람에게 음식을 좀 보내오라고 분부하였다. 사정생이 손에 받아서 손으로 잡고, 묘선에게 감사하다고 말하고는, 또 묘은과 말하였다.
"낭자는 소생이 어떤 사람인지 알고 있고, 틀림없이 소생이 왜 오게 된 것인지도 알고 있었을겁니다."
묘선이 눈을 가늘게 뜨고 웃으며 말했다.
"어찌 알고, 공자를 오래 기다렸단말입니까?"
말이 끝나기도 전에, 사정생은 한 손으로는 술을 마시면서, 한 손으로는 하안상의 손에 떡을 내밀었다. 하안상은 미처 생각도 못한 채 그를 바라보았다. 사정생은 그 사실을 모르고 술을 마시고 묘은을 보다가, 말했다.
"소생은 이처럼 아름다운 낭자를 가장 좋아합니다. 시원시원하군요."
말을 멈추고 묘선을 향해 말했다.
"묘선 낭자는 보기에도 기다리고 있던 눈치인데요."
묘선이 말했다.
"저는 누이와 한 마음이 되어 공자를 기다린 것은 아니지만, 무엇이든 다 알고 있답니다."
"낭자들은 소생이 흉폭한 악인狼虎恶人일까 두렵지는 않습니까?"
묘은은 흰 손가락으로 탁상보案布의 술을 만지작거리다가, 말했다.
"사람을 알아보는 법을 가르쳐 준 사람이 있었는데, 보기에 공자의 눈썹과 눈眉眼 사이는 바르지 못하지만,
수라지옥修罗地狱인 것도 아닙니다. 더구나 지금은 우리 처지를 알아낼 수 있는 사람은, 악인狼虎을 빼면, 공자일 수 밖에 없어요. 우리는 비록 비구니 암자尼姑庵에 깊이 숨어 있어도, 승냥이와 표범을 구분 할 수 있답니다."
"재미있군요."
사정생은 앉지 않고, 술을 들고 혼자 마시며 말했다.
"그럼 우리 창문을 열고 명백히 말합시다, 낭자는 소생에게 무엇을 알려 주실 수 있습니까?"
묘은이 살짝 몸을 펴니, 명문가의 풍모大家之风가 흘러 나왔다. 그녀는 또박또박 말했다.
"소녀는 대인께 진왕부 세자 신문과 종인부 경력 하욱何旭을 고발投告할 것입니다. 두 사람이 결탁하여狼狈为奸[각주:4] 사람의 생명을 함부로 빼앗고 [각주:5] 거짓으로 재물을 가로채고, 양가의 여인을 창기가 되게 하였습니다![각주:6]"

묘은은 모란과 같고, 보기에 미색으로 사람을 섬기는 것 같지만, 실은 원하를 숨기고 인과因果를 구하기 위해 애쓰고 있었다. 그녀는 열 네사에 이 경화암镜花庵에 입적하였는데, 본래의 성은 진陈이며, 경도 진가의 편계서방偏系庶房이었다. 모친은 이전에 남하하여 엄명艳名이 자자한 연극戏子 배우戏子名角였는데, 진 대인이 몇 년전 남하하여 순학할 때 눈에 들어, 곁에 데리고 와 배를 띄우고泛舟 물놀이를 즐기며 몹시 총애를 받았다. 다만 후에 진대인이 귀경하여 승진하고 태상사경太常寺卿을 지내니, 이는 바로 예의를 차리는 자리였다. 두터운 애정 염사浓情艳史는 남들과 이야기하기 불편하여 구실을 찾아 과거를 감췄다. 뜻밖에도 이 연극 배우는 임신하였는데, 뜻밖에도 딸을 낳아 그에게 주었다. 그는 비록 관직을 지키기 위해 정을 끊었지만, 생골육에 대해서는 마음을 모질게 먹지 못하여, 딸을 경도에 데리고 본처의结发正妻 슬하에 숨기고 길렀는데, 조상의 생가에 데려온 셈归宗이었다.

그러나 묘은이 대 여섯살 때, 진 대인이 이 시간에 연루되어 강등 되었고, 마음이 울적하고 위로할 길이 없으며, 자신이 아들이 없는 것도 원망스러워, 1년도 안되서 일찍 울적해졌다没一年便早早郁猝了. 묘은의 모호한 나이만 남기고, 부인의 손을 떠나서, 나이를 허위로 속이고 하가의 다섯번째 첩으로 보내졌다. 하부何府 품행이 올바른 서문何府인데, 오직 이 하오야何五爷는 천생적으로 절름발이어서, 성질이 일정하지 않고 삐뚤어져서阴晴乖张 소문에는 집안 사람을 때리고 학대하는 습성이 있다고 했다. 묘은이 그의 수 중에 들어갔으니, 본래는 죽게 될 목숨이었다. 어떻게 하오야가 그녀를 착실하게正正经经 응석받이娇养로 키우리라 생각했겠는가. 이렇게 길러진지 7년이 되었는데, 그녀를 천진하고 명쾌하고, 사리에 밝게 가르쳤다. 묘은의 용모는 점차 드러났는데, 기색이 절묘하고 더욱 더 아름다워졌다. [각주:7] 하오야는 그녀를 자신의 원院에서만 놀게 하고, 나가는 것을 못하게 하였으며, 얼굴도 못 보게 하여 그녀의 이런 아름다운 용모를 꽁꽁 숨게 하여, 걱정없이 지내게 하였다. 다만 이 세상의 운수는 사람이 계산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하부의 삼야三爷 하욱은 그림을 좋아하였고, 또 책벌레书痴였는데, 다만 사람됨이 우유부단하고 겁이 많으며, 하부 중에서도 볼품이 없어 눈에 띠지 않았으며, 줄곧 그의 다섯번째 동생 하명何铭을 찾아 위안을 삼았다. 그의 다섯 번째 동생이 발이 불편하여 걸을 수 없는 것을 볼 때마다, 그는 안타까움과 경이로움을 함께 느꼈다. 하명이 병이 더 깊어 사람의 이름을 드러나지 않는 것을 애석하고, 하명이 걸음을 걷기에 불편해도 풍향을 잃지 않는 것은 축하할 일이다. 그저 이런 다서째 동생에게 생각지도 못하게, 절색을 숨기고 있을줄은 몰랐다. 하욱은 뜻하지 않게 묘은과 처음 만났을 때, 밤잠을 설쳤고, 낮부터 밤까지 꿈도 꾸지 못했다. 그는 몇번이나 떠보려시도했지만, 모두 하명에게 거절 당했다. 그는 이 생각을 숨기고, 또 숨기며 엎치락뒤치락하다가 마침내 사념이 생기고 말았다.

하욱은 그림을 잘 그렸는데, 일찍이 진왕세자 신문이 사람을 보내 그에게 혼자 춘궁도를 몇 점 그려달라고 하였다. 신문은 아직 열두세살이지만, 이미 무법천지 패왕의 성품인 동시에 진왕이 매우 아끼고 사랑하여, 방이 따뜻해질 시기는 이른데, [각주:8] 한창 흥미가 있을 때였다. 하욱이 어찌 감히 따르지 않고,  암암리에 신문에게 그림을 그려주지 않을 수 있을까? 신문에게 그림을 그려준지 얼마 지나지 않아 진왕부 사람이 찾아와 그림 속 여자가 누군지 물었다. 그는 다섯 째 동생의 첩이라고 말하면서 몇번 망설였다. 나중에 신문은 특별히 그가 밖에 나가 이야기하도록 청했는데, 그의 다섯째동생을 추궁하였으나, 그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걷지 못하는 절름발이였다. 하욱이 그렇다고 하자, 신문은 그에게 이 여자를 한번 불러낼 수 있는지 물었는데, 하욱은 자연히 안된다고 말하였다. 신문은 마음이 내키지 않으니, 당연히 여기서 손을 떼지 않을 것이다. 그에게 이 여자만 그리라고 하였다.

하욱이 어찌 따르지 않겠는가. 이렇게 왕래한지 반년이 되지 않아서, 신문은 바로 이유를 찾아서 하부로 들어왔다. 신문이 하명의 원院으로 들어가려고 하니, 하욱이 그를 데리고 갔다. 마침 단양 한 여름이라 몹시 더웠다. 묘은은 마당 나무 아래서 더위를 피하고 있었는데, 벽에서 누군가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한 소년이 건방지게 그녀의 모습을 모두 훑어보고 매우 만족스러워했다. 그녀는 마음이 좋지 않아 즉시 집으로 돌아갔다. 본디 세가世家 의 제자라 생각했는데, 사람을 물어죽이는 낭호狼虎일 줄은 몰랐다.


그날 밤 오야五爷는 원 안에서 손님을 만났고, 하욱이 술을 따라 신문에게 권했다. 오야五爷가 취기가 돌기를 기다렸다가, 신문은 사람들에게 탁자와 안주를 집안으로 들여보내라고 했고, 문을 닫자 하부의 사람들이 모두 물러갔다. 오직 그가 데리고 온 진왕의 예속隶属들만이 남았다. 하욱은 묘은을 방에 불러와 하명을 부축하라고 했는데, 생각지도 못하게
문에 들어서자마자 신문에 안겨 몸이 눌리게 되어서, 발버둥치다가 하명이 놀라 깨어났다. 양쪽의 싸우다가 角斗, 하욱이 하명을 부딪쳐 넘어뜨렸고, 책상이 뒤집혀 아래로 떨어졌을 때, 하명이 바로 이 한 가운데에 있었고, 맞아서 의식을 잃었다.

하욱이 당황해 말했다.

"이걸 어떻게 하면 좋습니까? 만약 취기가 깨서 부친께 고한다면 난처해질거예요."
신문은 묘은의 입을 막고 그에게 냉소하며 말했다.
"넌 무엇을 두려워하느냐? 자유로운 본공자가 머리를 받치고 있는데. 그가 깨어나서 작은 것이라도 부친에게 고하면, 성상께 고해 죽이면 그만이다. 지금 내 말을 들었으면, 너는 그를 다시 깨어나지 못하게 해야한다. "

하욱은 크게 놀라서,
"그는 어쨌든 제 동생인데, 충돌하더라도, 필요하지는..."
"동생의 첩을 빼앗는 것은 좋은 명분이 못 돼!"
신문은 발악이 점점 더 격렬해지는 묘은을 꾹 누르고, 호통쳤다.
"하욱! 너는 조정入朝에 들어갈 생각이 없는 모양이지?'
하욱은 움찔했고, 숨이 점차 가빠져서 눈빛으로 하명과 하은의 얼굴을 왔다갔다했다. 그는 묘은이 한을 품고 눈물을 흘리는 것을 보고 마음이 급하여 눈을 감고 먹과 벼루墨砚를 내려쳤다. 두 사람이 힘을 합쳐 하명을 연못에 던지자, 신문은 일을 마치고, 늙은 하 대인何老爷에게 하명이 술에 취해 발을 헛디뎠는데, 못에 있는 돌에 부딪혔다고 말했다. 시신이 보기 어려울 정도로 훼손된데다 하욱이 옆에서 진실을 증언하는 바람에, 하명의 장례는 서둘러 치르게 되었다.

신문은 몸을 빼고, 묘은에게 말했다.
"너는 이 경도에서 무슨 말이 옳은지 아느냐? 이 일은 본디 너때문에 시작되었으니, 네가 이 일을 그대로 다 털어놓아도
도움이 되지 않을것이고, 목숨만 잃을 것이다. 본공자는 네 미색을 소중히 여기는데, 너는 애석하게도 절름발이에게 무슨 흥미趣处가 있느냐. 지금은 너와 나도 하룻밤 부처夫妻인데, 네가 영리하게 말을 잘 듣는다면, 공자가 너를 푸대접할리 없다. 네가 만약 딴 마음을 품어서 본공자가 한 마디만 해도, 황제도 본 공자의 친 할아버지여서, 만약 소식을 듣고 황실의 명성을 더럽히는 일을 알게 된다면, 하명이 먼저 멍예를 잃을까身败名裂 걱정스럽구나. "

이 경도에서 무엇이 옳은지 깊이 캐내고 싶지 않다. 그녀는 오직 인과응보를 원한다. 하욱은 하부인을 시켜 경화암으로 데려다 줬는데, 들어가 보니 어딘지 알 수 있었다. 신문은 늘 이곳에 미련을 두는데, 묘은은 가르침을 받아 자연히 더욱 아름다워졌다. 본래의 아름다운 모습을 더욱 황홀하게 만들어, 신문의 혼을 쏙 빼서 연연하게 만들었는데, 하욱도 참지 못하고 신문 몰래 와서 즐거워했다. 묘은은 금은 속물金银俗物을 좋아하는 것이 매우 심해서, 매번 반드시 신문에게 매달리면 훨씬 많아졌고, 재물을 탐내고 사치하기 좋아하는 명성을 얻게 되었다.


경화암에서 재미를 보았는지 몇 년 후 신문은 더 대담한 마음이 들었다. 그는 사람을 시켜 경도 밖 성에서 몰래 훑어보게 했다. 5품 관직은 평범한 백성에게까지 이르렀고, 집에 좋은 용모를 가진 사람이 있으면, 남몰래 경도로 건너오게 하여 경화암에 두고, 지독한 유모에게 사석에서 훈육을 시키고, 경도 권력자들에게 염례艳礼를 베풀어 주는 셈으로 입문의 돈을 무르게 받았다.
하욱은 하명의 일로 꼬투리가 잡혀, 재물이 드나듬과 관가의 딸 이름 본적은 모두 하욱이 베껴 정리했다.

하욱은 매번 기록할 때마다 종적을 베꼈는데 자신에 집에 두지 않았고, 묘은이 바로 이 것을 자신의 손에 넣게 했다. 나중에 두 사람이 관직 암매매를 한 것도 하욱이 혼자서 기록한 것이었다. 그러나 그가 매번 그 장부를 정리할 때마다 누군가 주시하여 기록해놓은 공책은 반드시 되돌려보내야 하므로 그는 억지로 기억하여 드문드문 묘은이 있는 곳에서 베껴썼다.
하욱은 묘은을 훔쳐보다가 신문에게 발각 되었고, 두 사람에게 골이 생겼다.

신문은 횡포한 것이 버릇이 되어 갈수록 심해져서,
심부름도 점점 무거워졌다. [각주:9]관직은 줄곧 수중에 눌려 있고 하욱에게 주지 않았다. 무엇보다 그는 이후 묘은에게 갈 때마다 문 밖에서 하욱을 기다리게 했다. 하욱은 남몰래 마음속에 원한이 있었지만 감히 한마디도 하지 못했다. 묘은이 그를 동정하듯이 대하고 억지로 신문에게 복종하게 되자, 그는 속으로 더욱 화가 났다.

단양궁연이 있던 날, 술에 취해 편전에 머물던 하욱은 울적해 하다가 신문과 관사가 신혁을 백로호로 끌고 가는 것을 보았다. 그는 뒤따라 올라가서 모든 과정을 똑똑히 보았다. 신혁이 간 후에 신문은 전에서 옷을 갈아입을 때에야 모습을 드러냈다. 신문은 그를 매우 푸대접했고, 대개 비아냥거리듯이 말했는데 하욱은 화가 나서 자기 손에 장부가 있다고만 말을 하고 여의치 않으면, 그를 물고 함께 함께 죽을 것이라고 했다. [각주:10]

신문이 어떤 성미인가, 사람을 죽이고 입을 닫을 마음은 이미 오래전에 있었고, 이제 기회를 얻으면 가만두지 않을 것이다. 하욱처럼 문약한 선비를 상대하는데 무슨 어려움이 있을까, 하물며 관사关司가 뒤에 있었다.


하욱은 곧 죽었다.


해질녘 어스름이 어깨를 스치자, 사정생은 마지막 술 한 모금을 비웠다.
"궁연의 상황은 신문이 말한 것입니까?"
"아닙니다."
묘은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이 두 사람에 대해서 아주 많이 알고 있어서, 하욱이 죽었다는 소식을 듣고, 신문의 소행이라고 짐작했답니다.
대인을 속이지 않고, 만약 하욱이 이번에 죽지 않았다면, 저도 다른 방법을 생각해 그를 죽일 것입니다."

"이 몇 년을 참아왔는데 왜 지금은 참지 못하십니까?"
"기다릴 수 없기 때문입니다."
묘은의 눈은 그윽하고 차가웠다.
"수년간 두 사람 사이를 맴돌며 조중(朝中)의 신하들을 입막객으로 불러들이기까지 했습니다. 이 두 사람의 죄를 갚기 위해서요. 그러나 최근 몇 년동안 신문의 기세가 겪이지 않고, 평왕이 죽자 산음번 땅에는 친왕이 없어서 진왕은 이미 산음을 점할 의향이 생겼습니다. 만약 소녀가 좀 더 참는다면, 그가 장래에 경도를 떠날 때 다시는 신문을 건드리기 어렵게 됩니다."

"자세히 보셨군요."
사정생은 고개를 기울여,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던 하안상에게 물었다.
"물어볼 말이 있으십니까?"
"한 가지 있습니다."
"장부를 우리들 손에 맡길 수 있습니까."
묘은은 침묵하고 갑자기 그에게로 몸을 돌려 깊이 탄복했다.
그녀가 무거운 목소리로 말했다.
"대인이 누구신지, 이 조중에서 가장 강직한 사람인지도 알고 있습니다. 명랑铭郞이 떠난 후 밤낮으로 울면서 죽고 싶다는 생각만 했습니다. [각주:11]그동안 조중 관원을 구해 명랑의 원수를 갚을 생각을 하지 않았던 것은 아닙니다. 아무도 도와줄 사람이 없었어요. 소녀가 평생 원했던 것은 이것뿐인데, 만약 대인이 허락해주신다면 장부를 제출하고 입증에 나서겠습니다. 신문의 죄가 세간에 명백히 밝혀지고, 패가 망신해 참수 되길 원합니다!"
하안상은 눈을 떨구고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녀의 목소리는 울부짖고 있고 어깨는 떨려 이미 감정이 북받쳤다.

"나는 응당 할 수 없습니다."

묘은이 움찔하며 일어나지도 않았는데 소매가 이미 젖었다. 하안상이 작게 탄식하며 느릿느릿 말했다.
"쉽지 않은 일이지만 장부를 손에 넣고도 변수가 많아서, 신문의 결과가 어떻게 될지 장담할 수 없습니다. 공정하게 최선을 다하겠다고만 말하겠습니다."
묘은이 장부를 두 사람에게 건네주었다. 경화암을 나와 두 사람은 나란히 걸었다. 말발굽이 낙조에 느리게 울렸고 하안상은 줄곧 말을 하지 않았다. 사정생은 고삐를 풀고, 양손을 뒤로 베고, 유유자적 걸으며 말했다.
"이제 됐습니다. 하 대인의 짐이 하나 더 무거워졌습니다."

하안상은 그를 거들떠보지 않았다.

사정생은 좀 웃더니 계속 말했다.
"이 장부가 손대기 힘들다는걸 아시면서, 또 자기고집대로 하십니다. [각주:12] 이 일을 할 수 있을지 없을지는 더 말할 것도 없고, 또한 장대인이 동의하지 않을 것이라고 하면 모두 문제입니다. "
백구가 쓰러지지 않는 한 장태염은 자신의 힘을 깎지 않을 것이다. 노두老头는 이미 두 조의 변천을 겪어 오늘날의 양자 대결이야말로 태자가 즉위하기 전 가장 안전한 거리라는 것을 알고 있다. 그가 백구를 제압하려는 것은 권신이 권력을 장악하는 것을 두려워하기 때문이다. 이제 그에게 백구를 버리고 진왕을 가리키고, 진왕의 아들을 잡으라고 한다면, 필연적으로 한바탕 격투가 일어날 텐데, 이것은 저울질한 행동이 아니다. 하물며 현재 백구는 신혁을 데리고 있어, 북양병마 30만 명이 뒤에 있는 것처럼 보였다.

"저도 압니다."
하안상은 말을 살살 끌고 다니며 단풍잎이 우거지고 귤빛 석양이 붉게 물드는 것을 보고 있었다. 그는 차가움이 벗겨져나간 듯, 그의 미모는 아름다웠고 젊었다.

그는 자신보다 몇 살 아래였다.

"친왕세자가 도성을 횡행하는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니지만, 관직에 손을 뻗치면 막는 사람이 없습니다. 이것은 진왕이 그를 이끌어 줄 수 있는 일이 아닙니다. 진왕도 아니고 장태염도 아니고 대인도 아니면, 누가 남았는지 당신이나 나나 다 알고 있습니다. 장태염 좌파의 도움없이 끝까지 캔다면, 어렵고 험난할 뿐더러 안위를 위협 받을 수도 있으니, 오히려 더 조사하셔야 합니다."

그를 가만히 바라보던 사정생은 마침내 진지하게 한 찰메 웃으며, 보고 또 감탄하면서 말했다.
"당신 바보군요傻子."
"내가 명명한 이래로, 부친께서는 관리는 공정하고 명명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조부도 그랬고, 부친도 그랬고, 숙부가 그랬고, 하가 사내들은 대대로 그랬어요."
하안상은 머리를 기울여 사정생을 바라보았는데, 석양에 입꼬리를 살포시 드러내며 말했다.
"바보처럼 정정당당한 겁니다."
경치가 너무 아름다워서인지, 이 사람이 너무 어리숙해서인지, 어쨌든 사정생이 오랫동안 보고 있는데 가슴이 펄쩍펄쩍 뛰었다. 그는 그저 이 사람을 잘 보려고 마음 먹었다. 기억하고 오래도록 보고 싶었다.
이것은 그의 일생 동안 할 수 없는 공명정대한 것이다.
사정생이 갑자기 고삐를 당기고 말채찍이 후려치자, 말이 화살처럼 튕겨 나갔다. 날아오르는 것은 머리이고, 가라앉는 것은 마음이다. 그는 기어코 크게 웃으면서 말했다.
"하안상."
하안상은 말을 뒤에서 채찍질하며, 한 마디 대꾸했다.
사정생의 목소리는 바람에 나부꼈지만 사라지지 않았다.
"이 가시밭길, 잠깐 동안만 모시겠습니다."
하안상은 눈을 가늘게 뜨고, 어떻게 해도 그의 말을 따라잡을 수 없었고, 지금 그의 표정이 보이지 않아, 큰소리로 대답할 수밖에 없었다.
"당신은 어떻습니까? 백구가 어떻게 대답하겠습니까!"
"대인은 나를 아십니다."
말발굽 소리가 점점 산속을 뒤덮고, 사슴은 귀를 떨며 두 마리의 말이 멀리 가는 것을 보았다. 말발굽 소리가 차츰차츰 고즈넉한 정적과 겹치고 단풍잎을 헤쳐 나갔다.



-


마음 가는대로 의역해놓은게 종종 있어서
원문을 달아놓습니다.

  1. 好颜色 [본문으로]
  2. 果不负妙隐之意。 [본문으로]
  3. 一会儿唐突了姑娘便不好了。완전 의역이라 원문을 달아놓습니다. [본문으로]
  4. 狼狈为奸. 한패가 되어 못된 짓을 하다. [본문으로]
  5. 草菅人命 '풀을 베듯 사람을 죽인다'라는 뜻으로, 생명을 하찮게 여겨 함부로 사람을 죽이는 것을 비유하는 고사성어이다. 중국 한나라 때의 가의와 관련된 고사에서 유래되었다. [본문으로]
  6. 逼良为娼 양가(良家)의 여성을 핍박하여 기생질하게 하다, (품행이) 좋은 사람을 강요하여 나쁜 짓을 하게 하다. [본문으로]
  7. 妙隐颜色渐露,色绝姝艳,越发不可方物。 [본문으로]
  8. 屋子暖床的时候早 원문이 이건데, 장가들기 전이라는 것 같죠..? ? [본문으로]
  9. 差事给的越来越重 [본문으로]
  10. 鱼死网破 물고기도 죽고 어망(魚網)도 터지다, 싸우는 쌍방이 함께 죽다. [본문으로]

  11. 痛不欲生너무도 슬픈 나머지 죽고 싶은 생각뿐이다. [본문으로]
  12. 一意孤行 남의 의견을 받아들이지 않고 자기의 고집대로만 하다. [본문으로]

'자휴지신' 카테고리의 다른 글

자휴지신 14장 안기 案起  (0) 2021.10.20
자휴지신 13장 암류暗流  (0) 2021.10.19
자휴지신 11장 녹의 鹿懿  (0) 2021.10.18
자휴지신 10장 보름달 月圆  (0) 2021.10.17
자휴지신 제 9장 음청 阴晴  (0) 2021.10.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