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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휴지신 13장 암류暗流 * 暗流 겉으로 나타나지 않는 사상 경향이나 사회 동태(動態) 이튿날 오후 해가 한창 뜨는 가운데, 신혁은 정자에 있는 물가에 엎드려 깊이 잠들었고 적적은 그의 머리맡에 누웠다. 백구는 한쪽 책상을 뒤적거리다가 갑자기 몸을 숙여 신혁을 뒤집었다. 가슴은 땀으로 흠뻑 젖었는데도 가만히 잠들 수 있으니 보통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제자리에 돌아와 책을 몇 장 넘기기도 전에 먼 수랑水廊에서 곡로가 사정생을 이끌고 이쪽으로 오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백구는 책을 덮고 아예 난간에 기대어 물고기를 먹이며 사람을 기다렸다. 이 유수정流水亭은 사면이 물로 둘러싸여 있는데 수차축이 물 위의 정자 꼭대기를 돌면서 다시 네 날개를 이어 수렴水帘를 이루니 경도에서 비로소 일어난 '냉옥凉屋'이었다. 정자 안에.. 2021. 10. 19.
자휴지신 12장 이유 缘由 "아름다우시군요. " 이번에는 하안상이 먼저 소리를 냈고, 차갑게 유지하던 얼굴도 한결 부드러워져서 말했다. "과연 묘은의 뜻을 저버리지 않습니다. 사정생이 웃으며 말했다. "훌륭한 미인妙人 이 몸을 숨겼으니藏隐, 오직 이 녹산 깊은 절에서만, 이런 아름다움颜色을 볼 수 있습니다. 하——, 흠흠, 기분이 어떠십니까? 이 일을 저버리실겁니까?" 묘선妙善이 옆에서 농담처럼 말했다. "언니 와보셔요. 언니가 나서니, 오히려 나는 온 적이 없는 것 같아요." 묘은妙善이 미소를 지으며 문으로 들어서니 걷는 걸음마다 아름다운 연꽃의 피어나는 듯 했다. 그녀는 사정생 곁에 앉았는데, 아름다운 자태妩媚가 더 풍기면서更足, 말했다. "너는 아침저녁 아름다운 꽃인데, 어째서 내 보잘것없는 저녁 모습을 신경을 쓰니? " 말.. 2021. 10. 19.
자휴지신 11장 녹의 鹿懿 하안상은 얼굴이 좀 차갑게 느껴져 눈을 떴는데 곧바로 사정생의 얼굴이 눈앞에 다가오는 것을 보았다. 그는 갑자기 정신을 차리고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뭐하고 계십니까." 사정생이 얼굴을 내밀고 웃으며 말했다. "기분이 좋아서요." 하안상은 손가락을 들어 보았는데, 위의 먹물은 아직 젖어 있었다. 그는 또 사정생을 쳐다보았다. 사정생은 무고하다는 동작을 지어보였다. 하안상은 안색을 담담하게 하고 말했다. "훌륭한 붓글씨를 여기에 남기는 것은 아깝습니다." 그가 평소처럼 쌀쌀해지자 사정생은 탄식하며 말했다. "나도 아쉽다고 생각합니다." 허안상은 그의 말이 어느 정도 뜻이 있다고 느꼈지만 생각하기 귀찮았다. 품 속에서 면손수건을 꺼내 아무렇게나 닦으며 말했다. "이 두루마리 속에 있는 것은 모두 하경력 .. 2021. 10. 18.
자휴지신 10장 보름달 月圆 "이 난세마왕아!" 진왕이 호통을 쳤다. "어서 평정왕에게 죄를 빌어라!" 그러나 신문은 말을 잇지 못하고 손끝을 바들바들 떨면서도 백구를 건드리지 못했고 낭패를 당하고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무슨 죄를 비시려고요." 백구가 웃으며 말했다. "세자는 순종적이고, 경도에서 보기 드물게 말을 잘 듣는 사람이십니다." 손을 떼고 웃으니 신문은 이렇게 미끄러져 땅에 주저앉았다. "진왕께서는 이렇게 말을 잘 듣는 아들이 있으니 절대 성상의 마음을 저버리지 마십시오." 진왕이 누차 소리를 냈다. 돌아갈 때 신혁은 감사의 인사를 하려고 했지만, 백구는 차에 오르자마자 이마를 비비며 그에게 말했다. "잠시 쉬고 싶구나." 말을 마치자 곧 신혁의 다리를 베었다. 신혁은 호흡이 가벼워졌고, 백구의 얼굴이 자신을 향하는 .. 2021. 10. 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