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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휴지신

자휴지신 19장 연지분脂粉

by 란차 2021. 11. 9.


"평정왕."
알슬렌은 백구가 낯설지 않다. 호감은 없지만 손을 들어 말했다. "말씀하시지요."
백구는 술을 따르던 손을 멈추었다. "마음이 어렵기 때문에 더욱 신중하게 생각할 필요가 있습니다. 만약 하늘이 맺어 준다면 좋은 일이 많을 수도 있겠지요. 귀국 사절단이 이제야 경도에 왔으니, 이 일은 시급하게 처리할 것이 못됩니다."
"우리는 단지 이 일 때문에 왔습니다." 알슬렌이 미간을 찌푸렸다. "오직 이 일만이 내가 올만한 가치가 있습니다. 세월이 귀중하니 이 일은 여러 번 미루면 안됩니다. 귀국은 이리저리 피하는데, 무슨 의도입니까?"

무슨 의도입니까?

신혁이 아무 흥미도 없이 맛없게 먹었고, 백구는 알슬렌이 연왕을 끌고 오는 말을 가로막아 그의 골칫거리를 막았다. 그는 이 자리에 앉아서 이 쌍방이 다투는 것을 보고도 남몰래 대원의 뜻을 헤아리고 있었다. 대원은 한창 기세가 무르익고 있는데, 무슨 이유로 대람의 공주를 얻으러 왔는가. 32부가 긴밀하게 협력하고 있어서 근본적으로 혼인관계로 연명할 필요가 없다. 오히려 지금 대람은 그에 밀려 조금씩 물러나고 있으니 경계하고 대비해야 한다. 알슬렌이 거듭 존경심을 잃는데도 황제가 모른 척하는 것은 두려움의 직접적 표현이다. 그러나 군신들은 입을 떼지 않고, 다만 그 속에 다른 의도가 있다고 의심할 뿐이다.

그렇다면 대원은 왜 이렇게 하는걸까?

신혁은 연회가 끝날 때까지 귤을 까며 생각했다. 그는 궁문 밖 마차 옆에 서서 백구를 기다렸고, 뿔뿔이 흩어진 신하들이 오늘 이 자리에 있었던 일을 소곤거렸다.

"아직 연왕전하께서 계셨더라면....."
"오늘 이런 수모를 당하다니."
"하지만......"

신혁은 손에 든 귤껍질에 집중하고, 애틋한 눈빛으로 전체적으로 온화하고 귀가 어두운 모양새를 하고 있었다. 정시에 백구가 나왔을 때, 귀신이 모두 사라지고 귀가 깨끗해졌다. 두 사람이 마차에 올라 발을 치고나서야 신혁은 긴장을 풀었다.

그는 깐 귤을 백구의 입에 넣어 주면서, 부끄러워하며 말했다. "다음 번에 궁연에 올 때, 귤을 먼저 먹으면 속이 상하겠어요."
백구는 몸에 술 기운이 좀 있어서, 그를 안지 안고 가까이만 했다. "다음엔 다른 것을 준비해오라고 해야겠다." 그는 말하면서 신혁의 턱을 추켜세웠다. "방금 나를 뚫어져라 보고 있던데 뭘 하느냐."
"저......아니예요......" 신혁은 말을 하는 동안 입술 귀퉁이를 손가락으로 문지르다가, 금방 얼굴을 붉히며 말을 더듬었다. "그,그, 그냥, 그냥, 대인이 보고 싶었어요."
백구는 한숨을 한 번 쉬었다. "그냥 보고만 싶었느냐?"

신혁은 입술을 오므리고, 그의 손바닥을 끌어당겨 뺨에 비볐다. 백구는 웃으며 신혁의 손바닥을 미끄러지듯이 잡아 올려서, 마차의 벽을 누르고 몸을 기울였다. 차벽 위에 사람을 깔고 천천히 입술에 점을 찍었다. 신혁이 반응을 하기도 전에 입맞춤이 폭풍우처럼 몰아쳤다. 입맞춤을 받은 혀끝이 저릴정도가 되서야 백구가 손을 놓으며 진지하게 말했다.

"다음엔 보기만 하지말고 이렇게 하거라."

신혁은 낯이 뜨거웠고, 한참이나 말을 짜냈지만, 한 마디밖에 나오지 않았다.
"좋아요......"

그의 얼굴은 멍해서, 평소보다 많이 둔해졌다. 백구는 그의 손 끝을 주무르더니, 마음 속으로 그가 자신의 입맞춤을 받아 멍하게 있는 것이 즐거웠다. 이렇게 둔해진 것도 좋았고, 억누르기도 편했다.

"대, 대원의 행동은 깊은 뜻이 있어요."
신혁은 그를 보고 얼굴이 빨개져셔, 어쩔 수 없이 얼굴을 내밀어야 숨통이 트였다. "대인은 아십니까?"
백구는 더이상 밀어붙이지 않고 대답했다. "대원의 이번 청혼은, 아마 성사될 것이다."

"성사됩니까?" 신혁은 그를 쳐다봤다. "정말 혼인을 하나요?"
백구는 잠시 뜸을 들인 후에 말을 계속 했다. "자태자自太子의 문삭지책文削之策이후로, 장수가 될만한 사라이 나오지 않는다. 성상은 북양을 두려워하고, 경거망동하는 것을 바라지 않는다. 평왕이 처형伏诛당했으니, 오직 당왕만이 경도의 파견을 받아 출정할 수 있다. 대원은 병마가 매우 강해지고 있어서兵强马壮, 성상은 이미 혼인을 염두에 두고 있다."

"그럼 대원의 이번 청혼은 무슨 뜻일까요? 차거타이는 대람의 도움 없이도 왕좌에 올랐고, 그의 뒤에는 알슬렌도 있는데, 대원은 거절할 사람이 없어요."
"나는 하나만 의심하고 있다." 백구가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응?" 신혁은 기대며 들었다.
백구는 그의 잔머리를 휘저었다. 좁은 눈동자가 어두운 빛을 띠었다. "대원은 전쟁을 하고 싶다."

중추절을 앞두고 신혁은 홍려사鸿胪寺로 전근되어 홍려사 소경少卿이 되었다. 파견 목적은 대체로 대원 사절단과 함께 경도에서 즐겁게 노는 것이었다. 그는 이 성지를 받았을 때 백구에게 탄식하며 말했다.

"성상은 제가 온순한 사람이 되게 집착하세요."
"말랑말랑한 감软柿子."

백구는 손을 뻗어 그의 뺨을 꼬집었다. "말랑하게 손에 익어서, 자꾸 꼬집어보고 싶다."
신혁의 뺨은 꼬집혀서 약간 빨개졌다. "이빨로 무는게 아니라 망정이지, 한 입에 속이 다 찼을거예요. 저는 여전히 아파요. "
백구는 웃으며 말했다. "생으로 삼키는게 더 좋다."
신혁이 갑자기 얼굴을 가렸다.

이왕 맡은 바 일을 해야 한다. 오후에 그는 집을 나와 홍려사경 호용胡庸과 함께 경도를 돌아다녔다. 길에서 이 호대인은 분명히 전갈을 받은 것 같았는데 신혁에 대해서도 아부를 하지 않으면서 매우 공손하다. 경도에 있는 고립무원 벙어리 세자는 당연히 더욱 공손하게 행동해야했기 때문에, 이 두사람이 오히려 잘 어울릴 만했다.

"사자왕은 벌써 세번 째 경도에 오는데, 이 경중에 희한한 것이 있다면 벌써 알고 있는 것이라, 흥미가 없습니다."
호용은 말 위에서 궁리하며 말했다. "4왕자는 처음 오는데, 너무 평범한 것을 가지고 가면 남의 눈에 들어오지 않을 것 같군요."
신혁도 건의하기 어려운데, 그는 오늘에야 처음으로 대범하게 경도를 돌아다니는 것이기 때문에 더욱 갈피를 잡을 수 없었다. 바로 소금이 말을 타고 비틀거리는 것을 보자마자 그는 웃었다.

하늘에 눈이 있어서, 문청객이 왔다.

소금은 개구멍바지开裆裤 [각주:1]를 입고 있을 때부터 경도를 돌아다녔는데, 경도에 대한 이해도熟度로 따지면, 신문에 견줄만할 것이다. 소금의 말이 똑바로 이쪽으로 왔는데, 앞으로 도착해서 먼저 소리를 냈다. "아주 공교롭군요. 아주 공교로워요." 호용도 이런 생각을 했겠지만, 그의 눈이 밝아졌다. 그는 급히 사람을 끌어당기고 웃으며 말했다. "공교롭게도, 소대인 같은 인재를 만난 것이 오늘의 행운입니다. 소대인 어디 가십니까?"

"그냥 돌아다니고 있습니다."
소금은 알면서도 물었다. "호대인은 어디 가십니까?"
"머리가 아픕니다." 호용은 사람을 끌어당기고 놓아주지 않았다. "마침 소대인께서 별일 없으시니 저를 좀 도와주시겠습니까? 대원 사절단이 무슨 놀이를 하러 가는지 아십니까? 이 경도의 술집은 사자왕도 싫증을 내는 것 같습니다."

"건물에 많이 가는건 두렵지 않은데, 말을 더듬어 질릴까봐 두렵습니다."

소금은 자신의 명패를 만지작거리고는, 또 거드럼을 피우며 잠시 시간을 지켜보고, 다시 말했다. "마침 경위사는 별일이 없는데, 두분을 모시고 가면 되겠습니까?"
호용은 서둘러 인사를 나누고 신혁과 함께 떠났다. 그러나 소금이 화풀이하는것 같을 줄 누가 알았을까. 그저 사람을 화류 거리와 기루花街青楼에 사람을 데리고 가며, 미명美名에는 즐거움이 많다고 했다. 틈만 나면 신혁에게 넌지시偷偷摸摸 이런저런 아가씨들이 좋다고 말했고, 그에게 일고여덟명을 집어넣어주지 못하는것을 한스러워하면서, 그에게 백구와 즉시 헤어지게 하려고 했다.* [각주:2] 호용은 정말 화류 거리를 유람하는것을 생각하기 시작했는데, 신혁은 대답할 말이 없었다.

저녁 때가 되어서야 세 사람이 화류거리에서 나왔는데, 신혁은 얼굴에 분을 묻히고 있었고, 재채기가 끊이지 않는데다, 눈이 빨개져서, 불쌍하게 보였다. 누가 알겠냐마는, 평정왕은 몸에 검붉은 날치 무늬의 두루마기袍子 [각주:3] 를 입고 화류거리 저편 아치교에서 적업을 타고 느릿느릿 걸어왔다. 신혁은 곧 소금이 등을 꼿꼿이 세우고 작은 목소리로 소리치는 것을 보았다.
"하느님 맙소사."

그리고는 호용하게 주먹을 불끈 쥐어 작별을 고했다. 그는 호용이 정신을 차릴 새도 없이 말을 타고 달아났다. 호용은 그가 가려고 하는 것을 보고, 접대하는 일이 급해서, 신혁에게 황급히 손을 흔들고 쫒아갔다.

몇 순간 짧은 시간에 신혁만 혼자 남았다.

그는 백구의 좁은 눈만 보고도 좋지 않은 것을 알 수 있었다. 이 몸에 연지분의 냄새도 어찌하 도리가 없었다. 백구는 가까이 와서는 더 이상 묻지도 않은 채 심상치 않은 표정으로 물었다. "집에 가느냐?"

신혁이 고개를 끄덕이자 백구는 말머리를 돌려 그를 데리고 돌아갔다. 큰 길을 가지 않고 물가의 편로만 골라 빙빙 돌았다. 신혁은 그가 계속 말을 하지 않자, 마음이 혼란스러웠고七上八下, 뒤따라오는 기색이 변하면서 왠지 안절부절 못했다.

"경, 경연......"

적업이 느려지며, 물가에 늘어진 수양버들 아래에 멈췄다. 백구가 그를 돌아보았다. "왜 그러느냐?"
신혁은 앞으로 나가 말을 멈추게 하고, 말 등에서 머뭇거리면서, 입을 열었는데, "저——." 큰 재채기로 그의 코끝이 모두 빨개졌다. 늘어진 버들가지를 어깨에 걸치고, 힘겹게 코 끝을 주무르며 멍한 목소리를 냈다. 백구는 말 위에서 몸을 약간 기울이며, 물었다. "이건 무슨 냄새냐."

신혁은 솔직하게 말했다. "아가씨들의 연지분이요....."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그 사람은 입술을 대고 혀 끝을 힘껏 빨았다. 신혁은 먹혀서 아팠고, 그가 입술 귀퉁이를 핥고 또 핥는 바람에 정신이 나갈 것 같았다. 갑자기 뒷길에서 사람들이 잡담하는 소리가 가까워지자 그는 놀라서 뒤로 물러나려고 했다. 그러나 백구의 손가락은 이미 미끄러져 등을 눌렀고, 입술과 이 사이가 점점 더 거칠어져서 사람들이 나무 뒤에 왔는데도 그를 놓아주지 않았다. 신혁의 얼굴과 뺨은 취한 것처럼, 어질어질했고 행인이 어디로 가는지 알 수 없었다.

"이 냄새."
백구는 미간을 찡그렸는데, 코끝이 빨갛게 상기된 것을 보고 참지 못하고, 매섭게 그의 뺨을 문질렀다.
"냄새가 고약해 죽겠다."

신혁은 허둥지둥 고개를 끄덕였고, 끌려가서 깨끗하게 씻겨졌다. 나올 때는 얼굴이 김이 나고 있었고, 수건으로 얼굴을 가린 채 죽은 척했는데, 녹의산에 다녀온 이후, 백구는 그가 별실에 간다는 이 일을, 다시 언급하지 않았다. 백구가 뒤에 나올 때는 그는 정신이 가물가물하고, 졸렸다. 신혁은 처음으로 다른 사람에게 목욕하는 법을 교육 받았는데, 머릿 속에 희미하게 떠오른 것은 모두 백구의 물에 젖어 옷 안에서 은은하게 비치는 가슴 뿐이었다. 미색은 사람을 그르치고, 미색은 사람을 그리치고...... 등이 무거워지자, 백구는 이미 등불을 불고 위로 올라와 몸을 눌렀다.

"무겁......"

신혁은 잠자코 있다가, 고개를 돌리고 어렴풋하게 잠에서 깨어나 그에게 불평했다. 백구는 여세를 몰아 그의 입술을 잠시 물었다. 어찌할 바를 모르고 신혁의 눈이 감겼고, 졸음에 대답도 무뎌졌다. 하지만 백구는 반쯤 자고 반쯤 깬 그의 의존감을 즐겼고 혀끝도 부드러웠다. 그 후 백구는 손을 뻗어 수건을 뽑아버리고, 몸을 돌려 베개를 베었다.


사람을 잡아 몸 위에 올렸는데, 신혁은 심하게 졸려서 백구의 목덜미에 파묻혀 조용해졌다. 정확히 말해본 적은 없지만, 신혁은 그가 두드려줄 때마다 잠을 잘 잤고, 눈을 감으면 얌전하지 않았다. 백구는 그의 약간 젖은 머리를 문지르고 눈을 거두고는 그의 등을 두드렸다. 신혁은 역시나 점차 거나하게 취한 것 같은 숨소리를 냈는데, 백구는 옆 머리는 그의 귀밑머리에 다시 자국을 냈고, 손을 점차 멎고 곧 잠에 빠져들었다.

소금萧禁은 좋은 아이다.
잠자코 있지 못하면闲不住, 한가하지 못하게 하면 된다.

이튿날 날이 밝기도 전에 소금은 문이 부서지는 소리에 잠을 깼다. 그는 매일 밤중에 일이 생길 것에 대비해서 경위사에서 잠을 잔다. 그러나 이런 성급한 문 부수기는 처음이었다.

그는 외투를 걸치고 문을 열고 맥없이 말했다. "무슨 일입니까, 빨리 말하세요."
"대인, 감찰원 이대인 댁에 물난리가 났다고 하십니다."

소급은 갑자기 깨어나 겉옷을 잡아끌며 사람에게 길을 안내하게 했다. 급히 달려가보니 이대감 댁 중소 주방장이 솥에 불을 지피고 있었다. 소금은 화가나서 웃었다. "이 물 한바가지 일로 물 난리가 났다고 한겁니까? 물! 난!리!요!"

이쪽 발을 걷어차기도 전에 저쪽에서 또 다른 사람이 왔다. "대인! 한림원 조학사 집에 도둑이 들었답니다!"
밤 고양이가 물고기 한 마리를 훔친 것이었다.

"대인! 국자감이 관성반观星盘을 잃어버렸답니다!"
이건 궤짝 밑에 끼어 있었다.

"대인! 태의원의 침이 밤중에 사라졌어요."
"대인!"
"대인......"

소금은 쉴 새 없이 사소한 일들을 전전했다. 쫓아다니며 대인을 부르는 소리에 머리가 뒤틀릴 지경이었다. 그는 이를 악물고 말을 채찍질하며 마음 속으로 소리쳤다.

"이게 다 무슨 일이야!"

오늘 운수가 트였군, 왜 이렇게 바쁘지?



——

....경찰아저씨
신혁아...

  1. 开裆裤 어린 아이들이 입는 구멍이 뚫려 엉덩이가 보이는 바지. [본문으로]
  2. 得了空就偷偷摸摸的给辛弈说姑娘这般那般的好,恨不得塞给他七八个,叫他立刻和柏九掰开 의역입니다. [본문으로]
  3. 포자. 긴 옷. 소매가 길고 발목까지 내려오는 중국 고유의 긴 옷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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